지역사회복지관의 역할은 "우리마을 보건복지부"
지역마다 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 입장에서 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크게 이용방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복지"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삶이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는 곳이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역의 사회복지관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한반도를 봤을때 최초의 지역사회복지관은 1906년 미국 감리교 여선교사였던 메리 놀즈(Mary Knowles)가 함경남도 원산에 6평 정도의 초가집을 구입하여 설립한 반열방으로 알려져 있다.
반열방(班列房 / The Class Rooms)은 한자어 그대로 해석하면 "나누는일을 벌이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로 했던 일은 여성들의 위한 교육(한글 및 성경교육), 보건에 대한 사업을 진행했으며, 추후 보혜여자관과 보혜여자성경학원으로 성장할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1948년 북한 공상당에 의해 폐쇄되었다.
남한으로만 봤을때 최초의 지역복지관은 태화여자사회관입니다.
미국감리교선교부에서 1921년 4월4일 서울에 태화여자관을 설립하고, 이후 개성, 춘천, 공주 등에도 여자관을 설립한다.
당시 사회적으로 차별이 있던 여성에 대한 복지서비스에 주를 두고 진행했었다.
현재는 그자리에 태화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글이 길어졌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종합사회복지관의 역사가 오래 되었고, 마땅히 지역내 중요한 복지기관중 하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복지기관을 실제 이용을 하는 주민들은 잘 모른다.
물론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경우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평생교육기관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사회복지관의 정의를 보면 과연 그것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나와있는 사회복지관에 대한 정의르 보자.
"사회복지관"이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일정한 시설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지역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복지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의미한다.
즉, 단순한 평생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 아닌 지역의 복지문제를 지역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풀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현재 종합사회복지관은 너무 겉으로 보여지는 실적위주의 사업을 할려고 하는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 복지관 근무인력은 소수이고, 복지관이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가장 좋은것은 "봐라, 우리는 이만큼의 예산을 끌어와서 지역의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가 다양한 기관으로 부터 이렇게 후원을 많이 받고 있고 매년 이만큼의 후원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는 평가라는 이름으로 총성없는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프로포절이 있으면 무조건 참여해서 예산확보를 해야하고, 매번 복지이슈에 따라 이사업 저사업 왔다 갔다... 뭔가 중심이 없이 오로지 실적을 위해 움직이는 복지기관도 있다.
종합사회복지관의 "종합"이라는 이름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우리의 영역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지역의 사회복지관이 초심으로 돌아가 지역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기관이 될 수 있을까?
1. 지역에 더욱 녹아들자!
사회복지관의 시초 모델이었던 인보관의 경우 지역의 빈곤해결을 위해 지식인이 그 지역에 현지 정착해 함께 살면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운동이었다. 우리 종합사회복지관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복지를 책임지는 중앙기구인 보건복지부가 있지만 이 기관에서 세부적인 동에 상황까지 챙겨서 정책을 내놓지는 않는다.
동주민센터가 있지만, 그곳에 사회복지공무원이 담당하기에는 인력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제도적인 한계로 접근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일을 우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해보면 어떨까? "우리마을의 보건복지부 - 종합사회복지관"
정말 지역의 어려움을 살피고 지역안에서 복지라는 샘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게 만드는 기관,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해 종합사회복지관이 먼저 잘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역의 수급자가 몇명이고 장애인이 몇명인지 계량적인 수치에 더해서 그분들이 그 동네에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있어 어려운점은 없는지? 노인들의 생활이 TV만 보는게 아닌 의미있는 노년을 보낼 만한 다양한 활동거리가 있는지? 한부모가정의 자녀돌봄에 어려움이 없는지? 지역에 생활하고 있는 중장년 1인가구의 특성은 무엇인지? 또 그들의 평범한 하루는 어떤지? ... 그들에 대한 안녕을 물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지역내 자체복지자원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지역내 소상공인과 일반주민 중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설문조사도 필요하다.
지역에 실제 주거나 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그들 삶에 대해 충분히 녹아들때 지역사회복지관으로써의 일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 "복지관"이라는 명칭을 바꾸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복지"라는 개념은 매우 협소적인 경우가 많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기관"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다 보니 실제 전체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안내를 해도 "내가 거기 왜가요?"라는 말을 들을때가 많다. 그래서 "종합사회복지관"이라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령 "커뮤니티 센터"라던가 "마을살이터"라던가 좀 일반 주민들로 하여금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
3. 평가점수에 대한 부담 완화하자.
현재 사회복지관 평가기준을 보면 아직까지 수치화된 평가내용이 많다. 몇건, 몇명, 후원금액의 크기 등 숫자로 이 복지관이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한다. 하루 반나절의 평가로 3년동안의 복지관 운영에 대한 성적표가 등급으로 나오게 된다.
과연 등급을 잘받았다고 그만큼 우수한 복지관이라 할 수 있을까?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의미없는 사업들을 한다던가 거추장 스러운 문서작업이 더 늘었다. 어쩌면 정말 일잘하는 복지관이 되려면 평가에 대한 점수를 포기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다른 커뮤니티를 보다보면 복지관이 아닌 다양한 민간 기관에서 복지관보다 더 일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정말 필요로 하는 사업들을 깔끔한 홍보지를 내세우고 많은 사람들이 볼만한 커뮤니티에 올린다.
한번은 농부들이 모인 한 민간 커뮤니티에서 주민들 대상으로 마을텃밭 사업을 하는 것을 보고 무척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곳은 참여하는 농부들 본인 자금을 모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 대상으로 텃밭에 대해 설명하고, 환경에 대한 교육도 같이 곁들여서 하는것이다. 웃으면서 화기애애한 풍경속 농부와 자녀를 데리고온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저게 바로 지역복지, 가족복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왜 우리 복지관은 저런 일을 못할까?라며 나부터도 먼저 반성을 했다.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 제대로된 복지관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